서울 아파트 시장이 점차 안정세를 보이면서 강남권 주요 지역에서도 매물 증가와 수요자 관망세가 맞물려 매도자 우위가 약화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강화와 금융 규제 등으로 거래 심리가 위축되면서,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도 가격 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 매매수급지수는 5주 연속 하락하며 2월 넷째 주 기준선인 100을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 아래로 내려가면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음을 의미하며, 기준선 도달은 수급 균형을 나타낸다. 이는 지난해 2월 첫째 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대출 규제와 정책 불확실성이 거래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강남 3구와 용산구에서는 매물 적체 현상이 두드러진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2,049건으로 한 달 전보다 26.1% 급증했다. 실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84㎡는 기존 거래가 39억3,500만원에서 최근 급매물로 35억원까지 호가가 낮아졌고,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84㎡ 역시 중층 호가가 55억2,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수요자들은 가격 추가 조정을 기대하며 매수를 미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포보(FOBO·Fear of Better Option)’ 심리가 확산되면서, 지금 사면 고점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면 강남 3구와 용산구의 하락세가 마포·성동 등 한강 벨트로 전이되며 서울 전체 아파트 시장의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또한, 고가 1주택자들 사이에서는 보유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주거 다운사이징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투기 목적 1주택자에게도 매각이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하며, 정책 의지를 명확히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강남권 매물 증가와 가격 조정이 서울 부동산 정상화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